바닐라 라떼 보다 말차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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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영(78회, 인인(in:人)마음연구소 소장)
단 걸 무지 애정 하는 내 친구는 평소 말차 라떼를 즐겨먹는 나를 보면, 다양한 메뉴가 있는데 굳이 그 씁쓸한 걸 왜 먹느냐고 핀잔이다.
맞는 말이다.
바닐라 라떼 같은 달달한 음료는 첫 모금을 삼켰을 때 오는 달콤한 행복감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모금 마시다 보면 금방 질리는 맛이다. 천천히 음미하기엔 달콤한 첫 맛 보다는 쌉싸름하지만 깔끔한 끝 맛을 선사하는 말차 라떼가 난 더 좋다.
종결 효과(End Effect)라는 이론이 있다. 이는 어떤 경험이 사람에게 남기는 전반적인 인상이 종결 순간에 의해 강하게 좌우된다는 이론이다.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마지막 인상이 사람의 기억과 평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종결 효과는 최신성 효과(Recency Effect)로도 설명된다. 즉, 어떤 경험이 끝날 때 느낀 감정이나 인식이 그 경험 전체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그의 동료들은 사람들이 경험의 길이나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평가하는 것보다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감정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영화가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게 시작할 수 있지만, 마지막에 반전과 감동적인 결말로 끝이 난다면 그 영화를 '좋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커진다. 반대로, 시작이 아무리 좋더라도 마무리가 어색하거나 불만족스럽다면 그 경험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일상 생활, 인간관계, 직업적 성취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기술계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애플을 공동 창업했지만, 1985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다. 처음에는 그가 창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은 실패처럼 보였으나, 그는 이후 NeXT와 픽사(Pixar)를 성공적으로 경영하며 혁신을 이어간다. 1997년, 애플에 다시 복귀하면서 회사는 새로운 활기를 얻었고, 아이팟(iPod), 아이폰(iPhone) 등 상징적인 제품들을 개발해 애플을 다시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다.
처음의 성공적인 창업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시적으로 실패했을 때만 보면 그의 경력은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었으나 그는 복귀 후 회사의 혁신과 깔끔한 마무리로 그 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통해 마지막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우리가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처음에 맛있는 전채 요리를 즐기다 가도, 메인 요리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디저트가 별로 일 때 우리는 그 식사를 부정적으로 기억하고 인색한 별점을 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처음에는 평범한 요리로 시작했어도 마지막에 훌륭한 디저트를 먹거나 분위기 있는 마무리를 경험하면 그 식사를 전체적으로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별 다섯 개 엄지 척을 주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관계 초기의 설렘이나 호감보다,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끝나는 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연애, 우정,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마지막 순간, 혹은 관계의 끝에서 보여주는 존중과 배려는 그 관계의 전체적인 평가를 결정하는 큰 요인이다. 종종 인간관계에서 처음의 좋은 시작이 마지막에 기대에 못 미치는 마무리로 인해 그 관계에 대한 기억과 인상이 아쉽게 남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경험의 처음이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마지막이 긍정적이고 깔끔하게 끝나지 않으면 그 경험은 부정적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에서의 경험에 처음보다는 마지막의 느낌이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길고 긴 삶의 여정을 묵묵히 걷고 있는 그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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