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99회 한화 스프링 캠프 첫 참여
주관리자
2017-02-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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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은 실패자가 아닌 새 출발에 나선 도전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서 맛본 실패였다. 그리고 4년 만에 찾은 새 보금자리는 한화 이글스였다. 이젠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절실한 마음뿐이다. 한화 투수 김진영은 그렇게 진짜 어른이 되고 있다.
김진영의 경력은 보통 선수들과 다르다. 김진영은 2010년 덕수고 3학년 시절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120만 달러에 계약했다. KBO리그가 아닌 국외 리그 진출을 선택한 것이었다. 야심 차게 시작한 김진영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2013년 컵스의 방출로 마무리됐다. 이후 팔꿈치 수술까지 받은 김진영은 메이저리그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결국, 김진영이 돌아올 곳은 KBO리그가 있는 한국이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김진영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는 달콤했다. 김진영은 1라운드 5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방출 후 4년 만에 새 보금자리를 찾은 김진영이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1라운드에서 뽑힌 김진영에 대해 큰 관심을 내비쳤다. 김진영도 지명 당시 “김성근 감독님의 지도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2017시즌 마운드 보강이 중요한 한화 입장에선 당연히 김진영의 적응과 발전이 중요하다. 이번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김진영은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한화맨’으로서의 토대를 닦고 있다.
김진영의 첫 한화 스프링 캠프 “진짜 팀에 온 느낌이다.”
힘든 훈련 속에서도 김진영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월 5일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 20분의 짧은 점심시간을 마치고 만난 김진영의 얼굴에서 살짝 힘든 기색이 엿보였다. 훈련이 힘드냐는 질문에 김진영은 “훈련이 힘든 게 아니라 나의 관리부족 탓”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 몸무게가 88kg이다. 비시즌 동안 조금 쪘는데 다시 돌아오고 있다. 훈련을 받아보니 몸무게가 안 빠질 수가 없다. 훈련 강도가 강한 건 당연한 일이니 재밌게 하려고 한다. 1군 주전 선배님들이 많아서 확실히 마무리 캠프와 분위기가 다르다. 진짜 팀에 온 느낌이다.” 김진영의 말이다.
김 감독은 ‘국외파 출신 1라운더’ 김진영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날 김 감독은 김진영의 불펜 투구를 직접 지켜봤다. 김진영의 투구 폼을 유심히 지켜보던 김 감독은 투구 도중 여러 조언을 계속 건넸다. 김진영이 무리한 힘을 쓰지 않고 부드럽게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김 감독의 의도였다.
김진영도 김 감독의 조언을 곧바로 되새기면서 공 한 개 한 개를 진지하게 던졌다.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픈 김진영의 마음이다. 물론 한 번 만에 습관이 바뀌지 않기에 답답함은 다소 있지만, 김진영은 마음을 편히 먹고자 노력한다.
“감독님이 보통 좋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더 완벽한 투구 폼을 만들어주시기 위해 손보시는 것 같다. 나도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투구 폼과 관련해 어떻게 하면 무리하지 않고 공을 던질지를 중점적으로 지도해주신다. 원래 내가 가진 느낌이 있는데 감독님이 정확하게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신다. 지금 투구 폼이 허리 쪽에 무리가 가는 건 맞다. 조금씩 고쳐나가고 싶다.”
주장 이용규가 김진영에게 애정이 담긴 농을 던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늦깎이 신인’인 만큼 팀 적응도 김진영에겐 중요한 과제다. 김진영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보여준 선배는 투수 심수창이다. 마무리 캠프 때부터 김진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고. ‘덕수고 선배’이자 주장 이용규 역시 김진영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
김진영은 “심수창 선배님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 덕수고 선배님인 이용규 선배님도 지나가다가 이름이라도 한 번 더 불러주신다”며 빙긋 웃었다. 마침 김진영의 인터뷰 현장을 지나가던 이용규는 “지나가는 걸 보고 내 이름을 크게 말한 거 아니냐. 가식 부리면 안 된다”며 농을 던졌다. 이에 김진영도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절실한 김진영의 한 마디 “한승혁은 이제 라이벌이 아니다.”
김진영은 정민태 투수코치에게 큰 감사함을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무엇보다 김진영에게 고마운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정민태 투수코치다. 김진영은 “정민태 코치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코치님이 항상 얘기하시는 게 자신감이다. 다른 곳에선 몰라도 자기 앞에서는 절대 주눅 들지 말라고 하셨다. 당당하게 말하고 움직이라고 강조하신다. 정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 코치는 김진영이 속한 투수 A조를 관리하고 있다. 훈련 중간마다 정 코치는 김진영에게 다가가 따뜻한 격려로 힘을 불어넣었다. 김진영의 팀 적응에 도움을 주고픈 정 코치의 마음이다.
“팀에서 첫 스프링캠프다 보니 처음엔 위축된 것이 보이더라. 투수는 넉살도 있고 배짱도 필요하기에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저녁에 섀도 피칭 훈련을 할 때 던지는 요령이나 투구 폼과 관련한 조언도 많이 한다. 내 얘기를 듣고 잘 받아들여서 노력하는 게 보이니까 흐뭇하다. 분명히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투수다.” 정 코치의 말이다.
정민태 코치가 스트레칭 중인 김진영의 뒤에서 격려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진영은 덕수고 재학 시절 같은 학교였던 KIA 타이거즈 투수 한승혁과 라이벌 관계였다. 하지만, 김진영은 이제 한승혁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만한 생각이 아니라 겸손한 생각이었다. 프로에선 선배인 한승혁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다는 게 김진영의 절실한 마음가짐이다.
김진영은 “이제 (한)승혁이를 라이벌이라 생각 안 한다. 프로 데뷔를 먼저 했고 보여준 게 있는 선수다. 프로로서 승혁이는 선배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마운드 위에 있는 승혁이를 보고 배워야 한다. 어릴 때처럼 누굴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단 이제 어떤 선수든 한 개라도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진영의 실전 경기 등판 여부는 미정이다. 물론 김진영의 몸 상태는 특별한 통증이나 부상 없이 건강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진영의 마음가짐이다. 김진영은 ‘국외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떼고 가장 낮은 자세로 캠프에 임하고 있다. 도전자로서 다시 야구 인생의 출발점에 선 김진영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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