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회-삶의 여정에 필요한 9가지 키워드-류미영[78회, 인인(in :人)마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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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곡폭포의 아홉 굽이는 삶의 여정과 닮아있으며, “꿈, 끼, 꾀, 깡, 꾼, 끈, 꼴, 깔, 끝”의 9가지 구곡혼을 상징하는 키워드들을 통해 작지만 단단한 삶의 이정표를 세워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굽이진 길에 가깝고, 각 굽이마다 서로 다른 의미와 과제가 놓여 있다는 인식이 전체 흐름을 이룬다.
첫 번째 키워드는 ‘꿈’이다. 꿈은 나이를 초월해 삶의 방향을 정하는 내적 나침반으로 기능한다. 매슬로우의 자기실현 개념, 스나이더의 희망 이론,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은 목표를 향한 지향이 개인의 웰빙과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을 설명한다. 꿈은 거창한 직업 목표에 한정되지 않고,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려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중년의 꿈은 속도보다 방향을 점검하는 과정에 가깝다.
‘끼’는 타고난 재능과 관심, 삶의 방식에서 드러나는 고유한 빛이다. 무대 위의 재능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요리·소통·공감 등 일상의 영역에서도 발현된다. 고령에 유튜브 활동을 시작해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사례는 끼가 나이와 무관하게 꽃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끼는 자기 인식과 표현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꾀’는 요령이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로운 문제 해결 능력이다. 케텔의 유동성·결정성 지능 이론과 Blanchard-Fields의 연구는 나이가 들수록 일상적·대인적 문제 해결 능력이 깊어진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꾀는 돌아갈 줄 아는 유연성과 통찰을 포함한다.
‘깡’은 무모함이 아니라 회복탄력성과 뚝심이다. 다층적 스트레스와 역할 변화 속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사고 후 재활을 지속한 사례는 깡이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삶을 재구성하는 원동력이 됨을 보여준다.
‘꾼’은 몰입의 사람이다.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 이론과 에릭슨의 의도적 연습 연구는 깊은 몰입과 반복이 전문성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좋아하고 즐기는 단계에 이른 사람은 자연스럽게 꾼이 된다.
‘끈’은 관계의 지속성을 상징한다. 중년의 관계는 확장이 아니라 선택과 깊이에 초점을 둔다. 정서적 신뢰와 경험의 연대는 삶의 위기에서 버팀목이 된다. 상담 현장에서 지지 자원이 회복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사례는 관계의 힘을 보여준다.
‘꼴’은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모습이며, 융의 페르소나 개념과 연결된다. 겉모습과 내면의 불일치가 클수록 갈등이 커진다.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화로운 모습이 중요하다.
‘깔’은 삶의 바탕과 태도다. 일관성, 절제, 존중, 자기 확신이 축적될 때 고유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중년 이후에는 포장보다 내면의 품격이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끝’은 전체 경험을 완성하는 지점이다. 종결효과와 피크-엔드 법칙은 마지막 순간이 기억을 좌우함을 보여준다. 인생의 마무리를 의식하는 태도는 현재의 선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결국 중년은 새로운 것을 채우기보다 이미 가진 자원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시기다. 멋진 인생이란, 끝을 향해 가는 길에서 여전히 꿈꾸고, 나만의 끼를 발하며, 깡으로 버티고, 꾼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깔과 꼴이 만들어진다. 이 요소들의 조화로 각자의 굽이진 여정은 고유한 물보라를 남긴다.
류미영(78회, 인인마음연구소장, 신구대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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