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회-쿼바디스 트럼프-경제안보 연계전략과 한미동맹-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교수)
본문
트럼프의 귀환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 외교안보 패러다임의 재조정을 의미한다. 미국은 더 이상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자비로운 패권국’ 역할을 당연한 책무로 인식하지 않는다. 중산층의 몰락, 제조업 기반 약화, 정치적 양극화는 해외 개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약화시켰다. 안보 공공재 제공과 세계질서 유지에 따르는 비용 부담이 미국 국내의 불만과 결합하면서 선택적 관여와 주권 중심 접근이 강화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제정치는 가치 연대보다 거래와 힘의 균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동맹은 규범 공동체라기보다 이해관계 조정의 장으로 재정의된다. 전통적 동맹국과도 갈등적 협력이 병존하며, 경쟁국과는 거래적 긴장이 지속된다. 군사적 개입은 최소화하되 경제적 이익은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식이 구조화된다.
경제와 안보의 결합은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는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 유지와 안보 우산 제공에 따른 부담을 문제로 인식하며, 무역과 방위 책임을 연계하는 구상이 등장한다. 과도한 무역적자와 제조업 쇠퇴는 통화 왜곡과 불공정 무역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환율 조정, 관세 부과, 양자 협상을 통한 규칙 재설계가 병행된다. 관세는 단순한 통상 수단이 아니라 국가안보 고려와 연동되는 정책 도구로 기능한다. 특정 국가는 관세율, 안보 기여도, 외교적 입장에 따라 분류되고 차등적 대우를 받는다. 안보 공약과 관세 장벽을 결합하는 구조 속에서 동맹국의 분담 확대가 요구된다.
국방전략 역시 중국을 기준 위협으로 설정하며 재편된다. 대만해협 위기를 상정한 전력 구조 조정과 인도·태평양 중심의 재배치는 자원 집중을 전제로 한다. 다중 전장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 속에서 동맹국의 자주적 방위 역량 강화가 필수 조건으로 제시된다. 목표와 자원의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 동맹의 책임 범위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 변화는 한미동맹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 방어의 한국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가속, 주한미군 역할의 인태 전략 연계 가능성이 검토된다. 재래식 위협 대응의 주책임을 한국이 맡고 미국은 북핵 억제에 집중하는 구조가 현실적 선택지로 부상한다. 주한미군은 북한 억지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분쟁 대응 자산으로 활용될 여지도 존재한다. 방위비 분담과 관세 협상의 연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은 안보 자율성을 확대하면서도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된다.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를 견지하지 못할 경우 억제 중심 구조가 고착될 위험이 존재한다. 동맹의 재구성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전략적 선택의 문제로 확장된다. 경제와 안보가 하나의 패키지로 묶이는 시대에 국가 전략은 통합적 판단을 요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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