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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포럼

221회-삶을 비추는 죽음, 죽음을 통해 배우는 삶의 태도-유성호(서울대 의대교수, 법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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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리자
11시간 51분전 10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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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보편적 사건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것은 점점 일상으로부터 멀어졌다. 과거에는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삶과 죽음이 연속된 과정으로 인식되었으나, 오늘날 죽음은 병원이라는 제도적 공간 속으로 이동했다. 의료 기술의 발전은 생명을 연장했지만, 동시에 죽음을 금기의 영역으로 밀어내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생애 말기를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한다.

법의학은 죽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학문이다. 검시와 검안, 부검은 사인의 원인을 밝히고 억울한 죽음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외부적 손상과 질병, 독물 반응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하여 사망의 경과를 분석한다. 생명체는 내적·외적 자극에 반응하며 항상성을 유지하지만, 그 균형이 회복 불가능한 지점을 넘어설 때 동적 평형은 붕괴된다. 자극에 대한 반응성과 대사 기능이 영구적으로 정지한 상태가 과학적 의미의 죽음이다.

죽음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건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을 동반한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섭리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식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죽음은 1인칭, 2인칭, 3인칭의 위상을 가진다. 환자에게 죽음은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는 1인칭 사건이며, 가족과 가까운 이에게는 상실로 체감되는 2인칭의 죽음이다. 의료진에게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의 3인칭 죽음으로 인식되지만, 오랜 돌봄의 관계 속에서는 감정적 흔적을 남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애도의 방식과 준비의 태도를 달리한다.

상실은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지만, 애도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부정과 분노를 지나 현실을 수용하고, 결국 상실 속에서 삶의 가치를 재구성한다. 죽음을 외면하는 대신 마주할 때 삶은 더욱 또렷해진다.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는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정돈하는 과정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연명의료, 안락사, 조력사망 등 윤리적 논쟁이 이어진다. 생명의 연장과 존엄한 마무리 사이에서 개인의 선택과 사회적 합의가 교차한다. 연명의료 중단은 생명을 포기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경과를 받아들이는 결정으로 이해된다. 존엄은 생의 길이보다 삶의 질과 태도에서 비롯된다.

건강한 노화 역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금연, 규칙적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 적정 체중 유지, 스트레스 관리 등은 단순한 예방 수칙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태도이다. 능동적 노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소멸하는 존재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유지하려는 의지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사전의향서와 유언장, 의료 대리인 지정은 남은 이들의 혼란을 줄이고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하는 방법이다. 어떤 소설가는 혼수상태가 지속되면 인위적 연장을 원치 않는다고 남겼고, 제사 대신 가족 식사를 권하며 삶에 대한 만족을 표현했다. 이러한 기록은 죽음 앞에서도 품격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선택을 보여준다.

결국 죽음은 삶을 반추하게 하는 거울이다. 준비된 노화와 준비된 죽음은 후회를 줄이고 관계를 정리하며,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속에서 완성된다. 더 나은 죽음의 과정은 더 나은 삶의 과정과 분리되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을 성찰하는 순간, 현재의 하루는 더욱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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