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52분 난타전... 덕수고, 1점 차로 경기항공고 꺾고 청룡기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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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혈투 끝에 덕수고가 경기항공고를 간신히 꺾고 청룡기 결승에 올랐다.
1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 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덕수고 선수들이 경기항공고를 10대9로 이긴 후 환호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청룡기’) 준결승전에서 덕수고가 창단 8년 만에 4강에 오른 신흥 강호 경기항공고를 10대9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4시간 52분에 걸쳐 펼쳐진 대혈투. 양 팀은 총 23안타와 15개의 사사구를 주고받으며 마치 결승 같은 타격전을 벌였다. 관중석에선 진 팀에게도 이긴 팀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경기 초반부터 치열했다. 1회말 경기항공고가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냈지만, 곧바로 2회초 덕수고는 2학년 최수완의 2타점 3루타와 이건후의 스퀴즈 번트로 3-1로 전세를 뒤집었다. 3회와 4회엔 서로 점수를 주고받으며 7-7 동점 상황이 이어졌고, 5회엔 경기항공고가 김다민의 2루타로 다시 8-7로 역전.
하지만 6회초, 덕수고의 반격은 집요했다. 2사 만루에서 4번 오시후가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에서 상대 포수의 포구 실책을 틈타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설재민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려 10-8 재역전을 완성했다. 경기항공고는 8회말 장현명의 3루타에 이은 실책으로 한 점을 추격했지만, 끝내 따라잡지는 못했다.
덕수고는 이날 총 6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총력전을 벌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활약은 2학년 엄준상이었다.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5이닝 6탈삼진 2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수비에서도 타석에서도 헌신하며 팀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엄준상은 “경기항공고가 매섭게 추격해서 떨렸지만, 제가 점수를 줘도 동료들이 점수를 다시 내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꿋꿋하게 던졌다”며 “부산고 하현승이랑 결승에서 맞붙는다. 나는 투수로 못 나가지만 현승이는 투수로 올라올 거 같다. 기왕 만나게 된 거 현승이를 상대로 장타도 치고 우승도 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 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4강전. 경기항공고 대 덕수고. 6회초 덕수고 정준형이 상대 포수의 실책을 틈타 홈인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또 이날 덕수고의 중심은 2학년들이었다. 3번 타자 엄준상이 투타에서 모두 활약한 가운데, 5번 타자 포수 설재민은 3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경기 최다 타점을 기록했고, 6번 타자 최수완은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4번 타자 덕수고 주장 오시후(3학년)는 경기 내내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중요한 순간 팀을 살리는 진루와 득점을 이끌어냈다.
경기항공고는 우완 에이스 양우진이 투구 수 제한으로 등판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발 이주호가 3이닝 5실점으로 일찍 무너졌고, 이어 나온 불펜진들도 잇따른 실책과 볼넷으로 어려움을 자초했다.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장현명과 3안타를 쳐낸 김남휘가 분전했지만, 끝내 흐름을 돌리지는 못했다.
전통의 강호 덕수고는 청룡기 통산 6회 우승(1986·2001·2012·2013·2014·2016)에 빛나는 명문. 경기 후 정윤진 감독은 “아직 우리 팀이 완전체가 되지 못해서 힘든 경기를 했다. 선수들 잘못이 아닌 감독과 코칭 스태프 책임”이라며 “경기항공고가 정말 좋은 팀이다. 유신고와 함께 현재 경기도에서 TOP2에 꼽힐 팀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덕수고는 결승에 가면 강한 팀이다. 부산고는 투수가 많이 남았지만 우리는 타격에서 강점이 있다. 청룡기가 최고의 대회인 만큼 명성에 걸맞은 멋진 결승전이 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경기항공고는 창단 이후 첫 청룡기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결국 덕수고의 저력을 넘지는 못했다.
조선일보 양승수 기자 기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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